'머리가 잘리는 산. '절두산(切頭山)!
온몸에 스치는 서늘함과 끔찍함은 감출 수 없다. 과거 병인박해 시절, 수많은 천주교인이 이곳에서 칼날 아래 쓰러져 갔던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 이름 석 자에 담긴 무게가 너무 무거워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절두산 순교성지는 그 잔인한 이름과는 정반대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한강을 품은 채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짚어보는 역사의 흔적, 그리고 초연함
본래 이곳은 '양화진', 혹은 누에가 머리를 든 모양을 닮았다 하여 '잠두봉'이라 불리던 한양의 명승지였다고 한다. 풍류를 즐기던 아름다운 봉우리가 순식간에 처형장으로 변해버린 역사의 아이러니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성지 곳곳을 거닐며 세워진 동상과 기념관을 바라보았다. 서슬 퍼런 칼날 앞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꺾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끔찍한 죽음의 공포마저 뛰어넘게 했던 그 거룩하고 초연한 용기가 발걸음마다 묵직하게 전해져 왔다.


순교의 역사를 상징하는 '칼(행형도)' 조형물


천주교 절두산 순교성지 순교자 기념탑(순교 현양비)
1967년, 병인박해(1866년) 당시 이곳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수 많은 선열들을 기리고자 세워졌다.
중앙의 높은 탑은 순교의 도구인 '칼'을 형상화한 것으로, 칼날 아래 목이 떨어지는 순교의 순간을 엄숙하게 표현했다.
그 아래 단상에는 당시 박해 상황과 순교 장면이 섬세한 부조(돋을새김)로 조각되어 있다.
주탑 양옆으로 펼쳐진 석조 구조물에도 수많은 순교자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천주교 절두산 순교성지 순교자 기념탑(순교 현양비)


비움과 위로를 주는 공간
성지 내의 아늑한 산책로를 걸으며 한강을 바라보니, 가슴속을 어지럽히던 복잡한 생각들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단순히 비극적인 역사를 기억하는 곳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당신은 지금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끔찍했던 과거의 아픔을 포용하고, 이제는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평화를 건네는 성지의 온기가 참 따스했다.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신앙(십자가)을 놓지 않았던 절두산 순교자들의 간절한 기도와 숭고한 의지"를 형상화한 것이란다.



절두산 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야외에 설치된
'순교자의 묘(墓)' 조형물 또는 순교자의 죽음과 영광을 형상화한 기념비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마음의 쉼표가 필요할 때, 혹은 숭고한 삶의 가치를 되새겨보고 싶을 때 조용히 걸어보시길 권한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동상'

"제삼처는 예수ㅣ 기진하샤 제일층 업더지심이라""제3처 예수님께서 기적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기적'은 '기력(氣力)'의 옛말 또는 오기로, 기운이 다해 쓰러지셨음을 의미합니다.)

"제사처는 예수ㅣ 친히 샤 성모를 맛나심이라“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 '친히 샤'는 '길에서'라는 뜻의 옛말 '길희서'가 변형되어 표기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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