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잊을 수 없는 일 중 하나는 ‘선생님! 문익점은 도둑입니다.’이다.
내가 지금부터 50여 년 전에 공주교육대학부속초등학교에 교사로 근무했을 때 이야기다.
그 당시에 교육대학부속초등학교 교사들은 교육대학 학생들의 교생실습을 도맡아 했었다. 참관 실습 2번 및 본 실습 2번을 합치면 1년 중 3~4개월 정도였다. 다시 말하면 시범 공개수업을 몇 달간 한 셈이다.
사건은 교육실습생 16명에 시범수업을 보여 주는 국어 시간 단원은 ‘문익점’이었다.
문익점의 공로를 찾아보는 수업이 한 창 진행 중에
홍**어린이 ‘선생님! 문익점은 도둑입니다.’
교실 안은 시끄럽다가 갑자기 침묵의 시간이 되었다. 상상할 수 없는 질문에 우리 반 아이들도 교생들도 모두 놀란 표정이다.
잠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문익점은 도둑? 이 질문에 어떻게 하겠습니까?
.
0.1초의 침묵시간도 나에겐 수 없는 생각이 엉클어져 있었다. 어떻게 설명해 줘야지? 그러나 마냥 침묵의 시간은 허락되질 않았다. 어린이 중에는 곤란한 질문으로 교생들을 6년째 골탕 먹이는 녀석들도 있고, 또 16 명의 교육실생들도 수업지도안 검사 및 수업에 대한 지도평가 때 나의 많은 잔소리에 내가 곤경에 빠지는 모습이 그리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3초가 되자 나는 홍**어린이에게
‘이순신 장군을 아니?’ 질문했다. 그러자 ‘예 잘 압니다.’ 한다
나는 ‘이순신 장군은 어떤 사람인가?’ 하니 ‘왜적을 물리친 장군으로 나라를 구하신 분’이란다. 나는 다시 왜군을 많이 죽였으니 ‘살인자’ 아닌가? 하니 ‘아닙니다. 애국자입니다.’ 한다. 그래 목화씨를 몰래 가져온 것은 원나라 입장에서는 도둑이지만 우리나라를 위해서 목숨까지 위협받으면서 가져 왔으니 우리는 도둑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로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질문한 홍**어린이는 점심시간에도 나가 놀지 않고 책을 읽고, 또 방과 후엔 도서실에서 산다 할 정도로 모든 교사들이 알아주는 독서광이다.
50여 년이 지났으니 그 아이도 60대인데 지금은 어떤 인물이 되었을까? 궁금하다. 평론가 아니면 교수 알 수 없다. 독서광이었으니 큰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알게 되면 댓글로 보내 주면 감사를 드리고 싶다.
지금 같았으면 국어 시간이지만 중대한 일이니
어린이들에게 문익점은 도둑인가? 아닌가? 에 대해 토론을 하고 난 후에
교생들은 교사가 될 사람이니 16 명의 교생들에게도 토론시키고 마지막으로 의견을 모아 해결했으면 좋을 것 하는 생각이 난다.
더 좋은 의견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4년 새해 아침 우종탁(종소리)
* 참고
목화씨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으나
당시 교과서엔 문익점은 원나라에서 국외반출 금지로 된 목화씨를 붓 뚜껑에 숨겨 가져온 것으로 되어 있었다.
https://wj0814.tistory.com/15561306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에 있는 문익점의 목화 재배를 기념하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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